기사 메일전송
[기고] 경청(傾聽), 진정한 소통과 각종 리더십의 근본
  • 윤원식 기자
  • 등록 2021-09-13 15:40:33
  • 수정 2021-09-13 16:45:14

기사수정
윤원식

[주요이력]
예비역 육군 대령 (육사42기)
국방부 대변인실, 합참공보실
국가유공자(보국훈장 삼일장 수상)


[활동경력]
미디어메이커스협동조합 이사장
(재)글로벌스마트융합센터장
사람과뉴스 국방 전문기자
글로벌스마트미디어노조 부위원장
재향군인회 객원연구원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원


# 초연결 시대에 소통이 안 되는 역설

 디지털 문명의 총아 각종 ICT 기기가 우리 생활 곳곳에 융복합되어 나날이 변화 발전해 가고 있는 4차산업혁명 시대이다.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 등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상호작용되어 생활의 편의와 편리함을 더해주는 초연결, 초지능 사회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연결되고 통하는 초연결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과 교류는 물론,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종종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펜데믹 현상이 큰 원인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 지금은 접촉이 아닌 ‘접속’의 시대

 가장 큰 요인은 핸드폰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핸드폰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의 간접적인 대화나 교류의 일상이 된 지 오래되었다. 이른바 접촉이 아닌 ‘접속’의 시대이다. 카카오톡, 밴드,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와 미디어 기기를 통해 얼굴 한 번 본적 없고 앞으로도 볼 가능성이 없는 지구촌의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와 교류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러한 연결과 접속은 시공간의 구분 없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그 주된 수단은 핸드폰이다. 이제 핸드폰은 우리 생활을 스마트하게 해 주는 없어서는 안 될 도구이자 또 다른 나의 존재나 다름없다. 


 # 스마트 폰의 일상화와 디지털 치매(digital dementia) 현상

 핸드폰은 손안에 있는 컴퓨터이자 카메라이고 전화기로서 움직이는 비즈니스 도구이다. 언제 어디에서든 떨어질 수 없는 분신이다. 핸드폰이기에 손에 늘 달고 다녀야 하는 것이 정상인 듯하다.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저녁에 잠들 때까지 핸드폰은 일상의 시작과 끝이다. 핸드폰은 이제 명칭도 스마트폰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핸드폰이 ‘스마트 폰(smart phone)’이 되면서 사람들은 ‘논 스마트(non smart)’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마트폰 이전 시대에는 잘 외우고 있던 전화번호, 노래 가사 등은 사람들의 기억 회로에서 차츰 멀어지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치매’(digital dementia) 현상이 생활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 ‘인간적 소통’의 분절과 ‘기계적 접속’의 증가

 핸드폰을 쥐고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대화와 교류인 접촉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가정, 학교, 직장 어디에서든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와 교류를 위한 소통의 수단과 방법은 이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소통이 더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었다. 반면에 직접적인 대화와 교류의 감소로 인해 인간적인 소통은 점점 분절 또는 단절되고 기계적 연결인 접속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나아가 세대 격차, 문화 격차를 낳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접적이고 인간적인’ 소통의 부족과 단절을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미디어 기기 탓으로 돌리는 것은 표면으로 나타나는 가장 쉬운 합리화이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와 인식 수준이 변화되고 있는 흐름에 순응하는 속도가 느리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탓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라떼’와 ‘꼰대’,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과 ‘스토리 리스닝(story listening)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올드한 내 방식과 내 스타일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이른바 ‘라떼’와 ‘꼰대’로 분류되기 십상이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마찬가지이다. ‘라떼’와 ‘꼰대’는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 또는 지난 시절 어느 특정 상황에서의 무용담에서 비롯된다. 고령화된 조직에서 많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이는 조직 운영 전반에서 주로 윗사람들이 청자(聽者)가 아닌 화자(話者)로서, 과거의 어느 시점에 대한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 위주의 대화 방식과 리더십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과거의 특정 상황이나 경험에 대한 공감대가 없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인 MZ세대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다. ‘라떼’와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스토리 리스닝(story listening)’의 자세가 필요하다. 즉 화자(話者)가 아닌 청자(聽者)의 입장에서 대화와 소통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특히 조직의 크고 작은 리더나 책임자는 조직 운영과 경영에도 이러한 ‘경청의 리더십’을 적용해야 한다. 팀이나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고 팀과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촉진제로 삼을 수 있는 근본이 되기 때문이다. 


# 가상 인간, 사이버 인간, 인공지능 로봇과의 소통이 자연스러워지는 시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람과의 대화가 아닌 가상 인간, 사이버 인간, 로봇 인간과의 대화와 소통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이미 마케팅 광고 시장에서는 여러 형태의 가상인간(일명 버츄얼 인플루언스, virtual influencer)들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세상이다.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고 나와 같이 놀아주는 정교하고 스마트한 가상인간, 사이버 인간을 하나씩 가지거나 공유하게 되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가상 인간, 사이버 인간이 진짜 인간만큼 ‘내 마음’을 잘 알아주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내 얘기’를 들어주는 역할은 더 잘하게 될 수는 있을지언정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여러 형태의 갈등과 대립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사람들과의 진정한 공감과 소통은 누군가 내 속마음을 알아주고 내 얘기에 진정성 있게 귀 기울여 들어줄 때 비로소 생기게 된다. 


 # ‘경청’, 즉 ‘스토리리스닝’(story listening)은 갈등 관리, 문제 해결의 출발점

  우리 생활 곳곳에서 스토리 리스닝이 요구되고 있다. 회사에서 구성원 간의 갈등과 대립, 노사 간의 대립과 갈등, 가정에서 가족 간의 불협화음은 스토리 텔링만 있고 스토리 리스닝이 없는 데서 연유한다. 스토리 텔링 보다 스토리 리스닝이 더 많아진다면 대립과 반목, 갈등과 불화는 줄어들 수 있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리더십을 다룬 책, 리더십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리더십의 공통점에는 대부분 이러한 경청의 요소가 들어 있다. 용어와 표현 방법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그런 차원에서 어느 조직이든 구성원들과의 진정한 소통의 리더십에는 ‘스토리 텔링’보다는 ‘스토리 리스닝’이 더 많이 구현되어야 제대로 된 사람관리와 조직관리를 통한 임무완수(목표달성)가 가능하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공감과 감동을 주어 조직의 화합단결과 성과확장에 기여하는 촉매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한 각종 인명손실 사건의 상당 수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 얘기를 들어주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소통의 부재(不在), 연결의 부재로 인한 경우가 많다. 어느 누구 한 사람이라도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인명손실의 안타까운 일들은 예방 가능한 사고였음을 알 수 있는 사례들이 많다. 


 # ‘귀 기울여’ 듣는 경청(傾聽)은 소통과 리더십의 근본

 스토리리스닝은 ‘단순히’ 의견이나 보고를 들어주는 정도의 청취(聽取)하는 수준이 아닌, 말 그대로 ‘귀를 기울여’ 듣는 경청(傾聽)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경청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돈 안드는 소통의 도구이다. 경청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사랑과 관심이다. 경청은 갈등이나 문제 해결의 첫 단추이다. 경청은 화목한 가정, 즐거운 직장, 행복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이다. 

소통이 잘 안 된다면 스스로 자문자답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남의 말을 잘 경청하고 있는가? 나는 가정에서, 직장에서 스토리텔러인가 스토리리스너인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경청은 ‘라떼’와 ‘꼰대’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척도이다. 매사에 경청의 자세와 리더십으로 무장하고 대화와 소통에 나선다면 일터와 삶터가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 내가 구성원들의 마음을 읽고 구성원들이 내 마음을 읽을 때 까지 귀 기울여 듣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경청은 진정한 소통을 위한 리더십의 출발점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가장 가까이 있는,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각종 리더십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