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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우 칼럼 01] “이재정 교육감의 미래교육 실험 성공할까”
  • 박용우 미래교육국장
  • 등록 2019-04-29 16:36:13
  • 수정 2019-05-09 16: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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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도 교육청 교육감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성공회 사제에서 시작해 유치원 원장, 대학교 총장, 더불어 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과 정책위 의장, 통일부 장관까지 다채로운 경력에서 축적 연마된 내공은 화강암처럼 깊고 단단할 것이다.

하지만 만나서 대화하면 권위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웃 아저씨같은 소탈함에 놀라게 된다.

필자와는 2014년 민선3기 경기교육감선거에서 경쟁 후보로 조우했다.

▲ 사진출처 : 2014.06.04 경기도 교육감 선거운동당시 성남모란시장에서

딩시 선거운동 기간 열린 방송 토론회에서 격론을 벌인 직후 모처의 행사에서 나란히 앉은 이 교육감은 내 손을 꼭 잡으며 귓속말을 건넸다. 

“박 후보, 나 빨갱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예의 푸근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선거 전략상 주고받던 공방전에서 그 말이 마음에 맺혔던 모양이다. 

‘라이벌이지만 정말 미워할 수 없는 분이구나’라는 느낌이 왔다.

42만여표를 득표하고 낙선한 후 5년 동안 그와 카톡 정담을 나누고 있다. 진영과 노선이 다른 우리를 연결시켜준 공통의 화제는 다름 아닌 3D 프린터 등 신기술과 교육문제였고 2016년 부터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제로 넘어갔다.

무너져가는 공교육 혁신과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의 실행이 나의 염원이었고, 그는 바쁜 와중에도 이따금씩 카톡 문자로 내 생각에 화답해줬다.

이 교육감은 민선 4기 교육감에 재선되고 급기야 ‘일’을 저질렀다.

그동안 필자가 카톡으로 전달한 생각이 영감을 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미래의 변화를 준비하는 교육 혁신을 위해 경기 교육청 내에 ‘미래교육국’을 신설했다.

도 단위의 교육청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공직에 종사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하지만 조직을 바꾸고 새로운 기구를 만들었다고 변화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미래교육국이 무엇을 준비해서 어떻게 교육을 바꿀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입시위주 교육에 매몰되는 아이들에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에 이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등 수많은 창조적 혁신 기업을 잉태하고 탄생시킨 미국의 교육 토양이 우리와 크게 다른 것은 체험과 도전의 기회다.

스티브 잡스는 지금의 실리콘밸리가 자리 잡은 마운틴뷰의 초등학교 시절 ‘히스 키트’라는 전자부품 조립 키트를 가지고 놀았다. 

학과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적성에 맞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이 그의 잠재력을 점화시켰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미국 전신전화회사 AT&T의 전화선을 해킹해 무료 통화를 할 수 있는 ‘블루박스’를 직접 만들어서 팔다가 감방 신세를 질 뻔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좌충우돌하면서 기회를 추구하던 도전정신이 애플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의 동갑내기 라이벌 빌 게이츠 역시 고교시절 학교 인근 워싱턴주립대학교에 새로 들여 놓은 컴퓨터에 푹 빠져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코딩 연습으로 밤낮을 보냈다.

컴퓨터 실력을 바탕으로 고교생 신분이면서 도로 교통량을 측정하는 ‘트랩 오 데이터’라는 회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고교시절 이미 창업을 해본 경험이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에 뛰어드는 결단을 낳았다.

체험을 장려하고 도전에 관대한 교육 풍토가 불세출의 기업인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성장기를 탐구하다보면 입시 외에는 눈 돌릴 데가 없는 우리의 교육풍토에 절망에 가까운 암울함을 느끼게 된다.

인공지능(AI)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과 확산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전혀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대변혁의 기로에서 아이들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소름마저 끼친다.

이재정 교육감이 신설한 미래교육국이 우리의 화석화된 교육풍토를 바꾸고 암울한 현실에 희망을 밝힐 청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도 묘안을 찾아내는 것이 요즘의 큰 고민인 것 같다.

지난 4월19일 사람과뉴스(PNN) 창간기념 인터뷰에서 필자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해달라는 ‘숙제’를 던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교육의 프레임과 체질을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해야할 일은 뭘까.

무엇보다 교육 관계자들의 인식 전환일 것이다.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독자 여러분, 특히 일선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은 사람과뉴스에 좋은 정책을 제안해 주시기를 바란다. 이재정 교육감께 꼭 전달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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