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평택지제역세권(면적 268만6,014㎡)일원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정 항공사진(평택시 제공)
내 땅, 내놓으시오!!
원주민의 권리가 사라진 개발제한구역
20대 대선이 끝났다. 대선 중에 많은 쟁점이 있었지만, 그 최고의 중심에는 대장동 개발사업이 있었고 대선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장동 사업의 주체가 누구이며 그 이익을 누가 취했는가? 이미 그것은 사법의 문제에서 정치의 영역이 되어 막대한 개발이익이 개발업자와 소수의 기득권 세력에게 갔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였고 대선판을 흔드는 이슈가 되어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결과를 안겨 주었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대장동 원주민과 개발 전 토지소유주에게 주목하는 여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민자이건 공공이건 아니면 여러 가지 형태로 개발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의 경우 개발을 진행하는 주체는 개발의 사업성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의 재산권이 제한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수익성이 좋은 사업은 빨리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업은 사업이 차일피일 미루어지면서 개발행위가 제한된 곳과 경계 외의 부동산 가격은 몇 배의 차이를 보이며 수년간 불이익을 받다가 결국 보상이 이루어지는 시점에서는 주변 시세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으로 보상이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21년 시행된 석정그린공원 조성사업으로 보상을 받은 A 씨의 경우 서정리역으로부터 1Km도 떨어지지 않은 1,000여 평의 임야와 밭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원 부지로 묶여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다가 보상이 이루어지는 당해 기준지가가 보상의 기준이 되어 주변 시세에 반도 받지 못하고 강제 수용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35%에 달하는 양도세를 내고 난 후에는 남은 보상액으로는 주변에서 더 이상 그만한 부동산을 매입할 수 없었다.라고 불만을 제기 했다.
지제·안중역세권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
2021년 7월 13일 평택시는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지제·안중역세권 도시개발 예정지 787만 3천여㎡(약 238평)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하였다. 철도망 개통과 인근 신도시 조성 등으로 개발압력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여의도 3배 가까운 면적에 대해 개발행위를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지제역 일대는 SRT가 지나는 광역교통 요충지로 인근 고덕국제신도시 등과 연계해 개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안중역의 경우 2022년 예정된 서해선 개통과 KTX 직결(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이 예정되면서 역세권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시는 무분별한 난개발과 땅 투기 등을 막으면서 계획적인 도시개발을 이루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두 역세권에 대한 건축물 건축 또는 공작물 설치, 토지 형질 변경, 토석 채취, 토지분할, 물건 적치, 죽목식재 및 벌채 등의 개발행위를 제한했다. 이번 개발 제한 조치는 해당 역세권 개발계획이 고시된 21년 5월 25일을 기준으로 3년간 적용된다고 발표하였다.
표면상으로는 도시환경을 생각하여 난개발을 막고 공공의 이익을 담보하려는 조치로 보이지만 이는 차후 개발 시 사업의 수익성과 편의를 위해 토지주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수용에 대비해 보상가를 높일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한 것이다.
평택시는 이번에 도출된 개발안에 따르면 평택지제역세권은 향후 GTX-A‧C노선, 고덕국제신도시와 연계되는 BRT 노선 등 향후 발생할 교통량을 감안해 환승센터 일원과 잔여부지가 나눠 개발된다.
먼저 환승센터를 제외한 잔여부지 약 71만평은 평택시 주도로 환지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해 토지소유자에게 개발 이익이 환원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라고 밝혔다. 평택시는 도일천 주변으로 공원・녹지 등 주민이용시설을 조성하고, 주민 삶의 질을 위해 문화시설도 마련할 예정이며 첨단복합일반산업단지도 조성한다.
환승센터 부지 일원은 약 3만평 규모로, 평택도시공사 주도로 개발되며, 해당 부지는 주민편익시설인 평택지제역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설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원활한 개발을 위해 기존 주민의 이주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토지소유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택지제역세권 개발사업이 다른 도시개발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해당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평택시 안중역세권(면적 518만7,685㎡) 일원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정 항공사진(평택시 제공)
욕하면서 따라 한다.
자본은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생리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싸게 사서 최대 이익을 남겨 비싸게 파는 것이다. 토지공사, 지역개발공사가 공공의 이름으로 토지주로부터 헐값에 강제적으로 수용을 하고 거기에 대규모로 투자된 자본은 개발의 주체가 되어 더 큰 수익을 남겼다. 그래서 많은 개발사업이 끝난 지역에는 원주민은 사라지고 대규모 주택단지나 상업시설만이 남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재개발 지역과 신도시가 그리 해 왔다. 욕하면서 따라 한다고 대장동 사업 형태를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의 지분율처럼 의왕 백운지식밸리 사업은 의왕도시공사 등 공공이 50%+1주를, 김포 풍무역세권 사업은 공공이 50.1%, 민간이 4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성남 백현지구, 위례신도시 공동주택 개발사업, 의왕 장안지구, 3기 신도시 고양창릉지구 등에서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두었다가 공공을 앞세워 헐값에 토지를 매입하는 형태로 진행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다.
앞서 여러 사례를 볼 때 평택 지제·안중역세권 도시개발 역시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이 만료 시점이 되면 공공이라는 명목으로 대장동식 개발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개발에 따른 이익이 여타지역보다 크기 때문이다.
상생의 길, 땅으로 내놓으시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공공이 할 수 있는 인허가나, 철도나 항만, 그 밖의 국가시설 같은 공공재가 개발이익과 연관되어 있다면 개발의 수익은 그 지역의 주민과 원소유주와 함께하여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가 환지로 보상 방식이다.
환지보상방식이란 보상을 금전으로 하지 않고 토지조성이 끝난 후 일정 비율의 땅으로 하는 방식으로 도시개발사업을 할 때 사업지구 내 토지소유자의 소유권을 변동시키지 않고 사업을 완성시키며, 사업시행 전후의 토지 위치, 면적, 토질, 이용 상황 및 환경을 고려하여, 종전의 소유권을 사업 후 정리된 대지에 이전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환지 방식 보상의 장점으로는 개발을 맡은 회사의 입장에서는 개발이익을 독점할 수 없지만 토지수용에 따른 초기 투자와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안정된 수익을 보장할 수 있고, 토지주는 토지가 줄어드는 손실이 있지만, 개인이 할 수 없는 대규모 개발로 인해 토지의 활용 및 부가가치를 높이고 차후 지역 발전에 따른 개발이익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안중역세권 개발을 들여다보면 지역민을 중심으로 하는 다수의 조합들이 활동하고 있다. 각기 활동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강제수용의 피해를 막고 정당한 토지보상을 받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개의 조합이 난무하면 난개발이 될 수 있다는 명분만 생기게 된다.
주민들이 공공이라는 명분으로 헐값 토지보상에 쫓겨나는 일 없이 사업에 성공하려면 시행력 있는 개발사를 파트너로 하는 협상력을 갖춘 조합의 선택이 중요하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개발사에게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푼돈은 필요 없고 땅으로 내놓으시오!!”
사람과뉴스=이순재 부동산 전문기자 기사제보 pnn71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