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김현섭/박용우/곽재근 기자] 정부의 올 상반기 10조원 가량 추가경정예산에 1조원의 미세먼지 대책 환경 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22일 대정부 질문에서 "미세먼지 고농도 일수가 잦아지면 자발적 차량 2부제 실시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차량 2부제는 국민의 합의와 동의를 구해서 실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12~13년 이내에 경유차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경유차를 저공해차에서 제외함으로써 ‘클린 디젤 정책’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또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미세먼지 해결사로 나섰다. 그는 미세먼지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바람대로 될지는 의문이지만, 그의 말 한마디에 이제 온 국민이 촉각을 세우며 귀를 기울이게 됐다. 그만큼 미세먼지는 국가 재난 수준의 심각한 국내정치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발생한 구제역 사태에 우리 정부와 국민은 하나로 뭉쳐 이를 극복했다. 이는 구제역을 국민 모두가 재난으로 인식하면서 가능했다. 현 문재인 정부의 위기 극복 국정 운영사례로 두고두고 남을 쾌거이다. 이제 정부는 미세먼지 극복에 드론 등 4차 산업을 접목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세먼지의 원인과 위험성, 그리고 대처 방법
최근 겨울과 봄을 잇는 비가 대지를 적시면서 미세먼지가 주춤거리고 있다. 사상 유례가 없는 겨울철 미세먼지를 겪으면서 온 국민들의 초관심사가 ‘미세먼지와 건강’이 됐다. 이처럼 겨울철에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로는 중국발 계절풍 영향이 크다. 중국은 11월 15일부터 3월 15일까지 국가적으로 난방 기간을 운영한다. 현재 중국의 난방 원료는 갈탄과 석탄 위주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발생한 엄청난 양의 대기 오염물질이 계절풍을 타고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여기에는 북한의 난방 사정 역시 한 몫을 한다. 북한은 아파트 안에서도 갈탄과 석탄을 사용할 정도로 역시 난방 시설이 열악하다. 여기에 국내 역시 지역난방, 자동차 매연, 산업 현장 등에서 미세먼지를 발출한다. 미세먼지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민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①원인과 위험성: 미세먼지는 머리카락 한 올의 약 1/20~1/30에 불과할 정도로 입자크기가 매우 작고, 호흡기를 거쳐 폐나 혈관 등 체내에 침투한다. 체내에 들어온 미세먼지는 기도, 폐, 심혈관, 뇌 등 각 기관에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게 되는데 기관지염과 천식 등이 호흡기 질환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미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특히 겨울철 초미세먼지는 봄철의 황사보다 훨씬 고농도 미세먼지라 더욱 인체에 치명적이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은 흙먼지, 꽃가루 등의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으로 크게 나뉜다. 인위적 요인은 보일러나 발전시설 등의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를 비롯해 건설이나 공장에서 발생하는 먼지 등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미세먼지들이 대기 중에 정체하여 계속 쌓이게 되면 미세먼지의 농도는 점차 증가하게 된다.
②대처방법: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생활 속 방법으로는 첫째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청소기 사용보다 물걸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청소기는 바닥의 먼지들까지 공중으로 띄우고, 필터 역시 미세먼지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방출하는 경우가 많다. 분무기로 물을 뿌려 공중에 떠 있는 미세먼지들을 바닥에 떨어지게 한 후, 물걸레질을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또 입보다 코로 숨을 쉬면 코 속의 섬모들이 먼지를 걸러주는 필터 작용을 도와준다. 미세먼지의 입자 크기가 너무 작아 전부 걸러주지는 못하지만 입으로 숨을 쉬는 것보다 세균 침입을 막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한 기관지 염증을 가라앉히고 면역력을 높이는 녹차나 도라지꽃차, 모과차, 보리차, 홍차 등을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각각 가지고 있는 효능들이 조금씩 다르니 자신에게 맞는 차를 골라 기관지를 보호해주면 작은 도움이 된다.
▲국가적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
지난해 미세먼지로 인한 사회적 손실액이 4조원대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국민 대다수는 미세먼지 원인으로 ‘중국 등 주변국 영향’을 꼽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행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서 “지난해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4조 2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2%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미세먼지로 인한 가장 큰 일상생활 변화로 ‘야외 활동보다 실내활동 증가’(37%), ‘마스크 착용’(31%) 등이라고 답했다. 특히 국립암센터·경희대병원, 신생아 174만명을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PM10)가 심한 지역에 사는 임신부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사는 임신부보다 미숙아(이른둥이)를 낳을 위험이 1.57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2018년 3월 30일자)에는 중국발 미세먼지로 한국과 일본에서 매년 3만여명이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문제는 2차 생성 초미세먼지, 국내 요인이 더 높아
자동차와 공장 등에서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이산화질소를 비롯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은 태양빛을 만나면 광화학반응을 통해 초미세먼지로 바뀐다. 그리고 국내 초미세먼지의 75% 이상이 입자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미만인 2차 생성 초미세먼지로 나타났다. 2차 생성 초미세먼지는 다양한 대기오염 물질이 공기 중 화학반응으로 결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 따라서 2차 생성 초미세먼지의 원인인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줄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국립환경과학원과 나사 공동연구팀의 2017년 7월 발표는 국내 미세먼지 원인으로 34%가 중국발이고, 52%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한반도의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은 중국발 오염물질의 2차 생성 초미세먼지가 주효하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한반도 유입을 보다 더 과학적으로 규명해 거기에 맞춰 반드시 중국과 협상해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지난해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Air Visual)’이 73개국 3천개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조사한 결과 초미세먼지 발생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가 기록했다. 중국은 41.2㎍/㎥로 세계 12위, 베트남(32.9㎍/㎥) 17위, 태국(26.4㎍/㎥)이 23위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농도가 24.0㎍/㎥로 27위, 하얀 마스크의 나라 일본은 연평균 12㎍/㎥로 55위를 기록해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었다.
충격적인 것은 지난 3월 6일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공기질이 가장 나쁜 곳으로는 서울이 공기질 지수(AQI) 214로 1위에 올랐고, 인천이 208로 2위, 부산이 152로 10위를 기록했다. 한국 도시 3곳이 공기질이 안 좋은 도시로 세계 10위권 안에 포함됐다.
▲반기문에게 거는 기대, 중국과의 외교적 협력이 관건
지난 17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청와대가 제안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그리고 21일 반 총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청와대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문제는 쉽게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 반 총장님은 유엔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기후 관련 협약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가장 열심히 노력하셨고 커다란 성과를 거두신 분”이라면서 “미세먼지가 국내적 문제뿐 아니고 중국과도 관련돼 있는 문제라 한중이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기문 전 총장이 가장 적합한 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반기문 전 총장의 외교적 역할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특히 범국가적 기구 신설인 만큼 모든 정당, 산업계, 시민사회 등까지 폭넓게 참여해서 미세먼지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반 전 총장은 유엔 활동기간 기후변화 등 국제환경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경험이 있다. 더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요청해 임명하는 중국 주도의 ‘보아오(Boao)포럼’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한·중 미세먼지 관련 양국 공조와 새 전기 마련에 외교력 및 국제사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고려다.
▲경기도의 미세먼지 대책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접목 등 제안
22일 경기도가 미세먼지 저감대책 중 하나로 25개 공공기관에 2022년까지 13억 4천만원을 투입해 전기차 55대를 보급하는 계획을 22일 발표했다. 도는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2022년까지 6,643억 원을 투입해 도 전체에 전기차, 수소차, 전기버스 등 친환경차 3만 3,569대를 보급 할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에서 사용하는 오래된 보일러를 전면 교체하고, 교체비용은 경기도에서 70% 최대 3천만 원 가량을 지원한다. 도는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기업의 연료비 부담도 덜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가 있는 사업인 만큼 경기도에서는 낡고 오래된 공단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최근 경기연구원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활용하면 미세먼지 배출시설에 대한 만성적인 관리인력 부족을 획기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기술 활용 방안으로는 인구밀집 및 고농도지역에 IoT를 활용한 공기질 측정 시스템 도입, 중소규모 사업장이 밀집된 지역의 배출시설에 각종 감지 센서 설치, 어린이집, 산후조리원 등 미세먼지 민감계층 이용시설에 실시간 실내공기질 측정 시스템 도입,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경기도 대기환경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도는 '2차 경기도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특별대책 시행계획'과 함께 '2차 경기도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을 추진해 2022년까지 2017년 농도 대비 33% 저감(18㎍/㎥)을 개선 목표로 총 1조7,671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탈원전 백지화는 절대 안돼? 국정에 정책기조 자존심 있을 수 없어
최근 국회에서는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의 범주에 포함해 국가 차원의 안전관리계획 수립과 재난사태 선포 등을 담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같은 미세먼지 정책에 탈(脫) 원전 정책기조가 모순된다는 여론이 급등하고 있다. 이는 최근 정부가 미세먼지 배출이 거의 없는 원자력발전을 줄이는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와 LNG발전을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원자력발전은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신재생에너지사업에 2조 억5,963억 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했으나 원자력 관련 예산은 4,667억 원에 그쳤다. 또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됨에 따라 원전 가동률도 급감해 지난해 원전 이용률은 65.9%로 1981년(56.3%) 이후 가장 낮았다. 문제는 원전을 줄인 만큼 화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늘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5사의 화석에너지 발전량은 27만6,395GWh로, 2년 전 대비 3.8%(1만208GWh)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발전5사의 온실가스 배출량(2억1,083만 톤)은 2년 전 대비 737만 톤 증가했다.
결국 탈원전에 따른 공백을 석탄이나 LNG 발전이 메우며 미세먼지 발생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아직 우리나라는 태양광, 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탈원전에 의한 에너지 부족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폐해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이용률이 3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원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싼 LNG와 석탄 발전을 늘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이 2조4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전의 적자는 결국 국민 혈세,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들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에너지를 가스와 재생에너지로 바꾸고 에너지 효율을 올리면서 대기오염을 줄였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정책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에너지 전환을 골자로 하는 환경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수도권의 경우 선진국 주요 도시보다 세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을 믿고 미세먼지 재앙을 이겨내자. 김현섭/박용우/곽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