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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래교육 혁명의 전사, 3D 프린팅
  • 박용우 국장
  • 등록 2020-01-13 09: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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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대한민국이 술렁거렸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가 대한민국 바둑계의 거목, 이세돌 기사를 4대1로 승리를 거두었다. 당시 이세돌 9단이 거둔 1승은 인류가 AI를 상대로 거둔 유일한 승리로 기록되었으나, ‘바둑이 인생의 전부’라던 그가 은퇴를 결심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가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히게 된 사건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에는 앞에서 언급한 AI(인공지능)를 포함하여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Big Data), 드론, 로봇, 3D 프린팅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 ‘제조업’에 해당하는 유일한 기술이 3D 프린팅이다. 다른 기술들은 모두 코딩(Coding)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되는 것이다. 

 3D 프린팅의 역사는 이제 막 30년을 넘었다. 

 미국의 한 가구회사의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분야의 Mock-up(목업. 실제 크기의 모형) 설계와 디자인이 반영된 시제품을 제작하여 사전에 검토하는 단계에서 일하던 찰스 헐(Charles W. Hull)은 1983년부터 연구를 시작하여 3년 뒤인 1986년 입체인쇄술(Stereo-lithography)라는 이름으로 특허 출원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3D Systems’를 설립했다. 최근 3D 프린터 관련 기술의 핵심 특허가 만료되면서, 3D 프린팅 기술이 봇물 터지듯 보급되기 시작했고, 그 확장의 속도는 놀라울 정도이다.

 3D 프린팅 기술로 개발된 기술 중 대중적으로 인식되는 대표적인 것은 FDM (Fused Deposition Modeling. 융용 적층 모델링)방식이다. FDM은 플라스틱 소재의 필라멘트를 열로 녹여 압출한 후 상온에서 굳혀 물체를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컴퓨터에서 작업한 문서를 종이에 잉크로 찍어 출력하던 것을, 설계도와 기본 재료(필라멘트)를 가지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입체 모형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평면적 결과물과 입체적 결과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필자는 지난 6년간 그 놀라움이 진화하는 생생한 현장에 있었다. 

2014년, 교육혁명을 꿈꾸며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영어교사 출신의 최연소 후보로서, 대한민국 교육을 바로 세워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도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낙선의 후유증으로 온 가족이 시달리고 있던 어느 날, 3D 프린팅 전문기업인 트루바인을 알게 되었고, 급기야 그 기업을 인수하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중 유일하게 제조가 가능한 3D 프린팅, 이것을 통해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생태계, 미래일자리의 생태계의 새로운 판을 짤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동분서주 움직였다. 트루바인에 3D 프린팅 교육센터를 설립하여 민간자격증 보유자를 2,000여 명 양성하는 등 인재 양성에 앞장섰다. 

 베트남 호치민시 한국국제학교를 비롯하여 경기도 동두천시 소재 신흥고등학교와 수원시에 있는 영복여자고등학교에 3D 프린팅 동아리를 만들어 교육지원을 해주었다. 2017년에는 수원의 동남보건대학교에 대한민국 최초로 보건 3D 프린팅 융합과가 신설되도록 도와주었다. 

 교육의 현장에서 학생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자신들이 설계한 디자인이 부피와 질감을 가진 입체 모형으로 제작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한층 강화되었다. ‘손에 잡히는 꿈의 실체’를 위해 아이들은 밤낮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며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시교육에 매몰되어 학원을 전전하는 학생들과 자녀를 일류대학에 보낼 생각에 올인한 학부모들과 미래교육의 현주소를 인식하지 못하는 교사들이 너무 많다. 우리 교육의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미래는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의 사회가 정착된다.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양한 성공 경로가 구축된다. 미래의 일자리는 기존의 기업에 취업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창업과 창작, 창직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기존의 업종을 선택하여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창업이고, 예술과 문학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창작이라면, 창직은 그 둘과는 다른 새로운 개념이다.

 창직은, ‘기존의 노동 시장 일자리에 진입하지 않고, 자신의 지식과 기술, 능력과 흥미, 적성 등을 활용하여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활동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스스로 새로운 직업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대체하기 어려운 창의성과 감성 역량이 요구된다. 

  4차 산업혁명 개념과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전문가도 부족하고, 후학 양성을 위한 콘텐츠나 커리큘럼도 빈약하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보이는 것’에 연연한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3D 프린팅’이 미래교육 혁명의 전사인 이유다.

상상한 것이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희열은 과정의 진통을 잊게 하는 힘이 있다. 또 다른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 

그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2019년 연말, 경민IT고등학교에서 개최한 ‘제1회 4차 산업혁명, 미래진로직업 페스티벌’을 통해 엄청난 가능성과 희망을 보았다. 2020년,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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