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숙 (강원글로벌미래교육연구원준비위원장) 사람과뉴스 칼럼니스트 몽골후레대학교 의공학과 자문위원 춘천시의원 역임 강원도문화예술특별보좌관 역임 강원대학교예술대학음악과강사 역임 명지전문대학실용음악과강사 역임 |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던 날, 앞으로 키와 몸이 더 자랄 것을 대비해서 내 몸집보다 한 치수 큰 사이즈의 교복을 입고 입학식에 참석한 나는 내가 스스로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검정 플래어 스커트에 풀 먹여 빳빳하게 다린 하얀 카라를 단정히 하고 교문에 들어설 때,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제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전통이 있는 원주여자중학교의 교복을 입은 의젓한 여학생이라는 사실이 가슴 뛰게 좋았다. 그렇게 중학교에 입학 하던 날 처음 교복을 입고 설레었던 기억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오래된 추억이다.
어떤 학교든 그 학교의 전통과 교육철학을 나타내주는 것은 교복이 으뜸이리 할 수 있다.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생활한복 스타일의 교복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이처럼 교복은 소속감과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나타내주고 있다. 그래서 교복은 학교마다 모양과 종류가 천차만별이지만 어떤 학교든 교복의 공통적인 장점이 있다. 바로 매일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1983년부터 교복 자율화가 시행되었고 지금은 학교장 재량에 따라 사복을 입어도 되는데 왜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히는 것일까. 교복을 입히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학생들끼리 옷의 비용을 가지고 등급을 매기게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동계올림픽 시즌에 너도나도 긴 패딩을 입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그때 값비싼 명품 패딩을 두르고 거리를 활보하던 많은 청소년들을 보면서 저렇게 비싼 옷을 꼭 입어야만 할까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면 그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만약 학교에서 교복을 입히지 않는다면 매일 사복을 입어야 하는 아이들과 부모는 얼마나 큰 경제적 부담과 함께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요즘은 옛날과 달라서 영양공급이 좋아져서 그런지 교복을 입혀 놓지 않으면 청소년인지 청년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외적인 모습으로는 그의 소속을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교복은 어느 학교 학생인지, 몇 학년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학교들은 아이들에게 교복을 입힌다. 즉 두 번째로 교복을 입히는 이유가 소속감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디자인이다. 위에 언급한 교복에 대한 장점이 있는데도 우리 아이들은 지금 교복의 제한적인 디자인 때문에 불만이 많다.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획일적이고 딱딱한 스타일은 이미 지나간 유물이 되었고 자신만의 스타일, 자기만의 멋과 취향으로 남과 다르게 보여지기 원하는 시대가 아닌가. 그러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 지금 입고 있는 교복을 자기 몸에 맞게 리폼해서 몸에 달라붙는 상의나 짧아진 치마를 입고 다녀서 보기에도 민망하다. 그런 것을 어른의 시각으로 나무라지 말고 이제는 아이들 편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면서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싶게 하자. 새로운 형태의 교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해 주자는 이야기다.
학생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만큼 학교에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스타일이면 좋겠다. 그리고 여학생은 치마, 남학생은 바지라는 인식을 버리고 성별 관계없이 입고 싶은 옷을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상의도 남녀 구별 없이 똑같이 디자인해서 후드티나 반팔 티 등 활동하기 편안한 스타일이면 되겠다. 어쨌든 교복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입기에도 편안하고 생활하기에도 편안한 스타일로 진화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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