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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우 논설위원] 입시 지옥인 대한민국 공교육에 봄은 오는가
  • 편집국
  • 등록 2019-04-27 20:32:25
  • 수정 2019-04-27 21: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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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심재우]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사람들이 무언가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두려움의 실체가 가진 힘이나 영향력을 너무도 분명히 인지하여 감히 거부하거나 대적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와 반대로 실체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여 그것이 사람들의 생활과 삶에 어떤 충격과 변화를 줄 지 모르는 경우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면 항상 그에 대한 전문가 집단도 등장하여 변화의 실체가 무엇이고 어떤 파급력이 있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바꿀지 나름의 이론과 주장을 펼친다. 아직은 추측이고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 그래서 전문가마다 전하는 핵심 메세지와 시사점이 모두 다르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더욱 헷갈려 하며 불확실성으로 공포가 커지는데, 그래서 4차산업혁명에 대한 두려움은 후자에 해당된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내린 4차산업혁명의 정의를 종합하면 기존의 기술과 신기술이 융합하여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것, 현실 세계에 가상 세계(사물인터넷을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고 처리하여 부가가치를 만드는) 기술을 융합하여 현실 세계에 도움을 주거나 활용하도록 하는 것, 인간 주도의 세상을 인공지능 주도의 세상이 되는 기술들이 핵심이 된다.   

 4차산업혁명을 표현할 때, 다양하고 새로운 기술들이 서로 융합하여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부가가치를 가진 결과물이 탄생하는 시대라 한다.

 그러면 4차산업혁명 같은 새로운 기술 변화가 기존의 방식과 기술을 무너뜨리거나 여러 분야와 기술들이 융.복합 되는 것은 21세기에 처음 나타난 것일까?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존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불후의 명화인“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을 그렸고, 처음으로 비행 기기를 실험하고 군사무기, 인체해부도, 수력기구 등 미술, 과학, 인체, 식물, 조류, 광학, 지질 등 수많은 분야의 대가인 다빈치는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공증인 아버지의 대를 잇기 위한 라틴어와 법률을 배우지 못했고, 나눗셈을 어려워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 “영포자(영어-라틴어를 포기한 자)”였다.

 만약에 그가 정규교육을 받았다면 안정된 직업인 공증인으로 평생을 살아 인류사에 길이 남을 유산들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끈질긴 호기심과 관찰력, 질문,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여 신기술과 다른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상상력이 풍부하여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현실에 응용하는 융합과 창의의 고수였다. 그의 창의성은 선천적인 게 아니고 오랜 시간 배우고 학습하며 실험한 결과였다.

 당시 정규교육에서 제외된 4차산업혁명과 같은 신기술의 이론과 기술들을 열린 마음과 자세로 배우고 응용하고 융합하고 서로 다른 분야와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의 롤-모델을 15세기에 다빈치가 보여주었다.


600년 전 4차산업혁명의 리더, 로렌초 데메디치

 1400년대 유럽은 중세시대의 암흑기였다. 세습되는 왕이나 군주가 국가와 지역을 통치하였고, 모든 권력과 의사결정이 최고통치자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정치, 문화 예술, 기술의 발전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정체된 시기였다. 그래서 기존의 방법과 생각에 머물러 전통을 유지하는게 최고의 가치였고, 새로운 변화와 혁신은 여전히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진리 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세상은 항상 변한다”고 했는데, 변화의 중심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도시인 피렌체가 있었다. 피렌체는 자동 승계가 아닌 선출된 통치자가 다스렸다.

 15세기 선구자적인 지혜와 통찰력으로 당시의 4차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했던 리더는 로렌초 데메디치였는데, 예술과 기술에 대해 새로운 방향성과 비전을 갖고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발굴하고 재정적으로 후원하여 새시대의 부흥을 이끌었다. 

 15세기의 4차산업혁명은 탁월한 리더인 로렌초와 융합과 통섭의 롤-모델인 다빈치의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어디로 갈 것인가?

 4차산업혁명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고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일류대학을 졸업한 학생들도 백수로 전락하는 시대다.

 외국에서는 공교육과 대학의 존재 가치를 위협하는 새로운 열린교육이 대세다. 핀란드는 공교육에서 학과목 수업을 없애고 프로젝트 기반의 열린 토론과 협업으로 학생들을 지도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공교육의 기득권층은 입시위주의 교육 체계를 사수하며 요지부동이다. 4차산업혁명이 만들고 있는 시대와 일자리 변화는 딴 세상 이야기로 외면한다.

 세상은 바뀌는데 손으로 눈을 가린다고 변화가 멈추거나 비켜가지 않는다. 우리 학생들은 100년전 산업혁명의 산물인 공장의 대량 생산에 필요한 노동자를 교육하는 방식과 콘텐츠에 의한 교육을 그대로 받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산실인 세계경제포럼은 인공지능이 지배할 미래에 필요한 인재들이 갖추어야할 역량을 발표했는데, 이중에서 핵심은 “5C”로 Complicated Problem Solving(복잡한문제해결), 창의성(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협업(Collaboration), 소통(Communication)이다. 이들 다섯 가지 핵심 역량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질문과 토론이다. 다양한 관점과 방향으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열린 토론을 해야한다.

 교사와 학생들 모두에게 두 가지 역량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대한민국 공교육은 이것과 무관한 과목들을 주입식, 암기식으로 가르친다. 질문도 없고 토론도 없이 외우고 정답 찾기를 하고, 문제를 공식으로 푼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대학입시에 필요한 과목과 내용에만 매몰된 비상상태다.

 시대는 변했음에도 아직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이유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대한민국과 학생들의 미래보다는 자신들의 이득을 우선시 하기 때문이다.


미래교육을 선도할 대한민국의 로렌초가 필요하다

 다빈치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창의적 인재다. 집요한 호기심과 끈질긴 실험정신으로 다양한 분야의 최고전문가로 성장한 다빈치 개인의 노력도 있지만, 다빈치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융합을 통해 창의적 개발과 실험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원한 로렌초 같은 리더가 있기에 가능했다.

 4차산업혁명과 미래교육을 선도하는 언론사인 “사람과뉴스”는 지난 4월 19일 대한민국 최초로 공교육을 4차산업혁명에 맞추어 혁신하는 행보를 시작한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을 2시간 동안 특별 취재했다. 4차산업혁명과 미래 교육에 관해 던진 여러 질문의 답변들은 그가 가진 공교육의 분명한 비전과 청사진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한데, 기존 세력의 강력한 저항과 반대를 극복하고 변화와 혁신을 향한 구체적인 목표와 방향을 정하고, 이것을 추진할 조직을 만들어 책임자를 선정하고, 도전과 실행을 하도록 동기부여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이재정 교육감은 두 가지 조건을 통과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철학이 담긴 경기혁신교육3.0 정책을 천명했고, 이를 실행할 조직인 “미래교육국”을 경기교육청에 신설하여 책임자와 담당자를 배정하고 미래교육, 학교현장중심, 교육자치강화를 추진하도록 했다. 그 외에도 통합적이고 효과적인 교육 혁신을 위한 새로운 학습 형태와 공간도 마련했다.

 이제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풀어야 할 마지막 도전 과제는 4차산업혁명에 대한 교육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 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은 단지 학생만이 아니다. 학생들의 미래와 향후 진로를 지도하고 코칭하는 교사, 학부모, 그리고 미래교육의 방향과 정책을 책임지는 경기교육청 직원들도 있다. 여기에는 4차산업혁명과 연관된 교육 콘텐츠, 운영 커리큘럼과 과정 등을 포함하는 장기적인 로드맵과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입시위주의 공교육에 4차산업혁명 교육을 어떻게 융합하여 이끌 것인지, 대한민국에서 다빈치에 버금 가는 창의적 인재들을 양성해 내는 로렌초 같은 리더가 될 것인지, 그래서 대한민국 공교육에도 봄이 오게 만들 것인지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사람과뉴스 논설위원 =  심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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